김충관 / 수원발전연구센터 사무국장
전설에 의하면, 칠보산(七寶山)은 일곱 가지 보물이 있는 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원래 여덟 가지 보물이 산에 숨겨져 있다고 하여 팔보산(八寶山)으로 불리다가 칠보산으로 바뀌었다는 말도 전해진다. 산삼, 멧돌, 잣나무, 황계수탉, 호랑이, 절, 장사, 금(구전)의 여덟 가지 보물 중에서 황금닭이 인간의 욕심으로 없어지게 된 것이다.
이름처럼 칠보산은 물과 바람, 숲이 좋아 예로부터 쓸모 있는 바위와 사람, 동식물이 살기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예로부터 일곱 가지 보물을 품은 산으로 불릴 정도로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칠보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수원

칠보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수원

물수렁 칠보산, 습지를 키우다

해발 2백 39m의 칠보산은 수원시 서남쪽에 위치해 있다. 서해로부터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방풍효과를 갖는 동시에 수원시와 화성시, 안산시의 경계지역에 있어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다. 칠보산은 골마다 물수렁이 많아 '질퍽산'으로 불리기도 했다는 데서 알 수 있듯 물이 많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칠보산은 산에서 이어지는 임야와 논뿐만 아니라 산중턱에서도 찬물이 솟아나와 크고 작은 습지를 만든다. 이렇게 형성된 습지는 습지식물, 곤충, 새들의 서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산 아래의 낮은 지역 습지와 함께 온도는 낮고 습도는 높은 초원 형태의 산중턱 중간습원도 있어 여느 산보다 생태적인 가치가 높다.

칠보산 습지의 생태적 가치

칠보산의 생태적 특징은 습지와 습지생태계로 인한 많은 생명체의 존재이다. 칠보산 습지는 산중턱에서 찬물이 솟아나서 골이 깊은 곳으로 흐르다 고이면서 만들어진 습지로 물이끼(스패그넘 모스)와 끈끈이주걱, 통발, 이삭귀개, 당귀개 등 식충식물 등이 산다.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종들의 서식으로 습지식물의 보고가 된 것이다.

칠보산을 오르다 보면 스폰지처럼 푹신함을 느끼게 하는 스패그넘 모스를 발견할 수 있다. 스패그넘 모스는 표면에 있는 구멍을 통해 바깥에서 물이 들어와 자기 몸무게의 20배까지 물을 저장할 수 있으며 1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는 특성을 지닌다. 이렇게 저장된 물은 주변에 크고 작은 습지를 만들어 끈끈이주걱 등 식충식물과 사초, 난초류의 식물이 서식하는 좋은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칠보산 습지

칠보산 습지

특히 우리나라의 식충식물 서식지로서의 칠보산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1가지의 식충식물이 있지만, 멸종되거나 멸종위기에 처해 있으며 서식처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도심지 인근인 칠보산에서 식충식물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칠보산에서 서식하는 식충식물들은 잎의 수많은 섬모에서 달콤하고 끈끈한 점액을 뿜어 작은 곤충들을 잡아먹는 끈끈이주걱과 흙속에서 뿌리로 벌레를 잡아먹는 이삭귀개와 당귀개 등이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도로와 택지개발로 인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칠보산에서는 식충식물이외에도 물가식물을 많이 볼 수 있다. 크고 작은 물웅덩이에는 선가래와 애기가래의 잎이 수면위에 떠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으며, 물수세미와 통발이 물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칠보산은 물가식물들이 풍부한 데다 황구지천과 연계되므로 수생생물의 서식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칠보산은 희귀종 서식지로도 가치가 높다. 우리나라 희귀식물로 알려져 있는 눈향나무, 끈끈이주걱, 이삭귀개, 땅귀개, 통발, 키큰산국 등 희귀종의 서식처로서 자연생태계 보존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큰 것이다. 하지만 칠보산에서 처음 발견되고 잎이 처녀치마와 닮아서 칠보산과 처녀치마를 이름 붙인 칠보치마를 이제 찾아볼 수 없게 된 아쉬움도 있다.

끈끈이주걱

끈끈이주걱

통발

통발

물질경이

물질경이

땅귀개

땅귀개

칠보산은 다양한 생명의 보금자리

칠보산에는 습지식물이외에도 환경지표종인 반딧불이와 큰오색딱다구리, 소쩍새, 매, 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과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 도심의 화려한 불빛에도 불구하고 개울물이 깨끗하며 주변 농경지가 있어 반딧불이가 서식할 수 있고 청개구리, 두꺼비, 맹꽁이 등 물뭍동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자연생태계의 먹이사슬에 따라 유혈목이, 쇠살모사 등의 뱀도 발견할 수 있고, 작은 동물들을 사냥하는 매와 황조롱이도 볼 수 있다. 여름철 개구리의 울음소리와 새들의 지저귐은 칠보산 숲을 떠들썩하게 한다.
생태계가 보존되고 유지될 수 있는 조건은 무엇보다 칠보산 습지의 존재다. 습지는 물과 뭍이 함께 존재함으로서 생태계의 풍부함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사람들에게도 좋은 자연조건을 제공하고, 자연에 대한 고마움과 생태적 감수성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에 따라 칠보산에는 두꺼비 논, 도토리교실 등 자연과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들은 마을공동체 복원과 생태 살리기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이런 모습도 칠보산의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 하겠다.

칠보산은 수원의 상징적 생태공간이다. 자연학습장으로, 오르내리기 편한 시민들의 쉼터로, 그리고 산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공동체 공간으로 중요한 곳이다. 이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명의 공간인 칠보산이 더 푸르도록 서로 살펴야 할 때다.

출처 : 수원문화원 - 수원을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