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자 / 시인
수원천은 수원의 가슴이다. 가슴을 흐르는 생명이요, 사랑이요, 삶의 푸른 동반이다. 이름부터 물을 품은 수원(水原)의 하천답게 물의 힘을 말없이 끊임없이 일러주니 말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수원의 삶과 꿈을 안고 흘러왔듯, 수원천은 오늘도 수원의 가슴을 씻으며 흐르고 있다.
수원천은 광교저수지로 모여들어 광교산의 정기를 그득 안고 시내로 흘러든다. 첫 관문은 화성의 북수문인 화홍문, 방화수류정과 용연과 어우러지며 절경을 이룬다. 물길은 남수문을 거쳐 황구지천을 지나 서해로 나간다. 그렇게 흐르는 동안 수원천은 수원의 삶과 꿈을 품고, 낳고, 길러왔다.

수원 최초의 문화재운동, 화홍문 중건

수원천은 숱한 일을 겪었다. 근대의 큰 수난은 1922년에 화홍문이 홍수에 떠내려간 일이다. 그때 수원시민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펼친 <수원명소보존회>라는 아름다운 모임이 있었다. 이야말로 화홍문을 빨리 되찾아준 일등공신이었다(1925년 석축 완공, 1932년 문루 완공). 일찍이 일어난 수원의 문화재운동! 방화수류정과 함께 수원의 제1경을 이루는 화홍문의 자랑스러운 추억이다.

당시 유실된 남수문은 흔적마저 사라진 후(1927년), 2012년에야 복원했다. 화홍문(일곱 수문)과 주변 물까지 받아내느라 남수문 수문은 아홉이다. 남수문 복원 후 수원천에는 시민과 답사객의 발길이 더 많이 모여든다. 근처의 영동시장과 지동시장, 못골시장이 유명해지고 가끔 펼치는 다리 위의 공연도 즐거운 잔치마당을 만드는 것이다. 수원천은 한국전쟁도 같이 겪었다. 6․25 직후 피란민들이 천변에 천막을 친 것이다. 많은 사람이 수원천에 세 들어 빨래하고 아이들을 씻겼다. 가게들이 다닥다닥 따라붙으며 새로운 천변풍경도 이루었다. 먹고살기가 급하던 시절 수원천이 살림의 만만한 터가 되어준 것. 지금은 사진에서나 보는 수원의 천변풍경이다.

더불어 푸른 생태하천

수원천은 생태하천운동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서울 청계천 복원이 수원천을 본보기로 삼았을 만큼 생태하천 살리기 노력이 앞섰던 것이다. 중심지의 교통과 편리를 우선시한 복개 요구가 거세던 시절, 수원천은 반대와 찬성의 격렬한 부딪침 속에 놓였다. 그 와중에 일부 구간(지동~매교)은 시멘트로 덮었다 다시 뜯어내는 진통을 겪었다.
이때 시민들과 환경운동가들의 역할은 수원의 긍지로 남아 있다. 반대운동 덕에 복개를 중단, 복개 부분을 뜯어내며 그 밑에 죽어가던 생명을 살렸으니 말이다. 많은 생명을 거느리는 하천을 시멘트로 덮고 얻은 게 무엇인지 생각하면, 지금도 시멘트 처리한 부분의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
수원천은 수원의 축복이다. 수원천이 건강해야 이곳의 삶도 더불어 건강할 수 있다. 스스로 살아가는 방식을 존중할 때 자연이 푸른 생명을 나눠주듯 하천도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행복하게 흐른다. 수원천도 우리네 삶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 때 더 푸른 즐거움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수원천-수원천의 제1경을 이루는 화홍문과 방화수류정

수원천-수원천의 제1경을 이루는 화홍문과 방화수류정

수원 예술을 꽃 피우는 문화하천

중심부를 흐르는 수원천에는 다리가 많다. 정조의 능행길에 이름 올린 다리만도 괴목정교(槐木亭橋), 여의교(如意橋), 매교(梅橋), 황교(皇橋), 대황교(大皇橋), 유근교(逌覲橋) 등 6개나 된다. 정조의 명에 따라 지은 이름인데, 여기에 매향교, 삼일교 등의 증․개설 그리고 복원 후에 영동교, 영지교 등이 많은 다리가 더 생겼다.

수원천-화홍문 칠간수 앞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펼친 푸른땅지킴이 무용퍼포먼스

수원천-화홍문 칠간수 앞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펼친 푸른땅지킴이 무용퍼포먼스

수원천은 문화예술에도 큰 몫을 한다. 시, 그림, 사진, 연극의 무대나 주인공 등 역할도 다양하다. 화홍문 위쪽 냇물에 객석과 무대를 만든 국제연극제는 방화수류정과 함께 최고 분위기를 연출했다. 용연을 무대 삼은 노래와 춤과 대금 연주 등도 멋진 공연으로 수원천의 멋을 한층 높여주었다.

문학에서도 나혜석의 시 「냇물」, 소설은 김남일의 「청년일기」와 김소진의 「용두각을 찾아서」 등이 수원천을 그리고 있다. 사진과 그림 또한 수원천의 풍광을 끊임없이 담아내며 새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다리 밑 작은 미술관으로 수원천의 새로운 즐거움을 만들었다. 수원천이 문화예술을 꽃 피우는 좋은 문화공간이 되어주는 것이다.

더불어 즐기는 생명의 꽃길

수원의 하천은 수원천 외에 원천천, 서호천, 황구지천이 있다(총 길이 59.45㎞). 이 하천들 역시 생태하천으로 거듭나면서 많은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천변을 따라 다양하게 가꾸는 꽃과 풀과 나무 등이 어우러지며 벌레나 나비도 함께하는 아름다운 산책길이 되어주는 것이다. 꽃밭 같은 천변과 그 안팎의 산책, 그런 환경 속에서 수원의 행복도 더 높이 꽃피우는 즐거움이 크다.

수원천은 수원 사람들의 좋은 삶터다. 여름이면 냇물을 막아 수영장을, 겨울이면 물을 얼려 썰매 놀이터로 쓰는 하천. 수원천은 그렇게 수원의 삶과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함께할 우리의 소중한 벗이요 반려다. 생명의 길이자 꿈의 길인 수원천이 있어 수원에서의 삶도 한층 푸르게 흘러간다.

수원천-꽃으로 단장한 천변을 걷는 사람들

수원천-꽃으로 단장한 천변을 걷는 사람들

출처 : 수원문화원 - 수원을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