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옥 / 수원시 학예연구사

정조, 수원화성을 쌓다

수원화성은 2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문화유산이다. 조선 제22대 정조임금이 다스리던 18세기 후반 만들어진 '조선 성곽예술의 꽃'이다. 5㎞가 넘는 성곽에는 성문, 공심돈, 장대 등 공격과 방어를 위한 50여개 시설물이 각각의 기능에 맞게 만들어져 있다.
18세기 당시 최대 규모로 공사기간 10년을 예상하며 시작한 공사는 1794년 1월부터 1796년 9월까지 약 2년 9개월 만에 끝났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공사를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계획과 준비 덕분이다. 또 일한 만큼 임금을 지급하거나 공사참여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이름을 적어두는 일 역시 작업의 효율성을 높였다.

화성 축성이 끝난 후에도 정조는 화성의 수리와 보존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세월이 흐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바람에 깎이고 씻기어 성가퀴와 기둥이 무너지고 썩고 할 것이다. 그러니 이에 대비하여 때에 따라 수선하지 아니하면 어디에서 성을 창건하고 미래를 경영하는 의도를 찾을 수 있겠는가?"라는 정조의 오늘날의 우리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수원화성의 수난과 제 모습 찾기

수원화성은 한말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점차 잊혀가며 일제강점기에는 성곽이 허물어지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일제가 행궁 같은 주요시설을 식민지배에 유리한 병원이나 경찰서로 바꾸는 등 심각한 훼손을 자행했다. 게다가 한국전쟁 동안에는 총탄과 포탄 아래 장안문을 비롯한 화성 시설이 파괴되기도 했다.

1960년대 수원에는 유명한 말이 있었다. "동문은 도망가고, 서문은 서있네. 남문은 남아있고 북문은 부서졌다네." 이는 한국전쟁 중 대포를 맞아 부서진 장안문과 허물어진 창룡문 모습이 떠오르는 씁쓸한 이야기다. 이렇게 화성은 돌로 쌓은 몸체만 남긴 채 건물이 대부분 부서지고 훼손되어 본 모습을 많이 잃어갔다.

그러던 중 1975년부터 대대적인 화성복원이 시작되었다. 부서진 장안문과 창룡문 문루를 비롯한 목조시설을 옛 모습대로 새로 만들고 허물어진 성가퀴를 쌓았다. 남아 있던 팔달문이나 화서문도 보수하여 본래의 모습을 찾아갔다.
그렇다면 수원화성은 어떻게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었을까? 과연 무엇을 근거로 그때 모습 그대로 되살렸을까?

그 비밀은 『화성성역의궤』에서 찾을 수 있다. 『화성성역의궤』는 화성 축성공사에 대한 모든 내용을 담고 있다. 장안문, 서장대 같은 주요시설의 모양과 크기 등을 그림으로 설명한 <圖說>을 비롯하여 성 쌓기에 사용한 재료의 양과 비용, 공사에 참여한 사람들까지 모두 기록한 귀한 자료가 있어 이를 토대로 복원이 가능했던 것이다.

세계유산 등재와 『화성성역의궤』

수원화성은 1997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목록에 등재되었다.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의 세계유산 등재 후 창덕궁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는 다섯 번째로 세계문화유산목록에 수원화성의 이름을 올린 것이다.
1997년 수원 화성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때, 일부에서는 복원 시설의 세계유산 지정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 등재를 위해 현지실사를 나왔던 대표단에게 『화성성역의궤』 도면을 보여준 후 수원화성의 진정성에 더 이상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현지조사를 담당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스리랑카지부 니말 데 실바 사무총장의 인터뷰 기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수원화성은 전각들의 양식이 제각기 다르고 『화성성역의궤』라는 옛 건축보고서를 토대로 복원이 진행됐다는 점이 특이했다."는 것이다. 근거 없는 복원이 아니라 과학적 건축기록서인 『화성성역의궤』를 토대로 한 사실을 인정받은 것이다.

또한 수원화성은 "일정한 시간에 걸쳐 혹은 세계의 한 문화권내에서 건축, 기념물조각, 정원 및 조경디자인, 관련예술 또는 인간정주 등의 결과로서 일어난 발전사항들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유산", "독특하거나 지극히 희귀하거나 혹은 아주 오래된 유산"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유산으로 인정받았다. 오래된 성이 아니지만 18세기 조선의 건축기술이 녹아있는 문화유산으로서의 진정성, 완전성,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인정받은 것이다.

남수문내도

남수문내도

서북공돈이도

서북공돈이도

화성성역의궤 한글판 상

화성성역의궤 한글판 상

수원화성 세계유산 인증서

수원화성 세계유산 인증서

세계유산 지정, 영원하지 않아요

한번 지정된 세계유산은 지위를 영원히 유지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2000년 아프카니스탄 탈레반이 파괴한 바미얀 석불, 2010년 무너져 내린 폼페이 유적 등은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지정, 특별 관리나 취소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규모 공사, 급격한 도시개발 또는 관광개발을 위한 공사, 토지의 이용 또는 소유권 변동에 기인한 파괴, 무력분쟁의 발생 또는 위협, 재난 및 대변동, 대화재, 지진, 홍수 및 해일과 같은 특별한 위험에 노출될 경우도 취소 대상이다.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인 수원화성도 보존과 관리를 못 하면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수원화성을 세계인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는 더 아끼고 보존해 나가야 할 것이다.

파괴전 바미얀 석불

파괴전 바미얀 석불

파괴된 바미얀 석불

파괴된 바미얀 석불

무너진 폼페이 검투사의 집

무너진 폼페이 검투사의 집

출처 : 수원문화원 - 수원을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