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규 / 시인

시민이 만든 공방거리

공방거리

공방거리

대부분의 시민들이 살아가는 도시는 이미 만들어진 곳이거나, 행정가와 전문 연구자들에 의해 설계된 도시다. 그렇다면 시민 스스로 자신이 살아갈 마을과 도시를 계획하고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까.

보도 자료에 따르면 '행정주도형 도시계획'을 과감히 포기하고 '시민참여형 도시계획'으로 바꾼 수원시는 공모를 통해 시민 230명을 선발했다고 한다. 초·중·고교생으로 이뤄진 100명의 청소년계획단 외에 주부, 대학교수, 직장인 등 130명의 다양한 나이와 직종의 시민들이 '2030 수원도시계획 시민계획단'에 참여했다. 도시 곳곳을 살피고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난상토론도 벌이면서 시민이 살고 싶은 도시, 마을이 그려졌다. 이른바 '마을르네상스'가 진행되었다.

그 중 옛 도심인 화성행궁에서 팔달문에 이르는 행궁로에 가면 서울의 인사동 혹은 삼청동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이른바 '공방거리'인데, 전통 공예품집, 맛집, 찻집 등으로 구성된 문화와 관광이 어우러지는 거리가 펼쳐진다. 그러나 이곳은 다른 곳과 다르게 대량 생산되고 국적을 알 수 없는 흔한 기념품을 파는 곳과는 전혀 달랐다.

알아보니 공방거리에서 만들어지는 것들은 모두 수(手)제작품이며 구매자가 직접 제작도 가능한 것들이다. 즉 '체험'이 중요시되는 곳으로서, 규모면에서는 다른 곳의 유명거리보다 부족하지만 손으로 만든 수공예품을 전시하는 수원의 공방거리가 관광객들에게는 더욱 의미가 클 것이다. 더욱이 수원시는 공방 입점을 확대하기 위해 공방거리 내 상가, 주택 등을 임대해 공방 작가들에게 창작공간으로 제공하고, 작가들에게 창업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incubating) 기회를 준 것으로 그 의의가 크다고 한다.

자 이제, 공방거리가 탄생한 배경을 지나 거리 안쪽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공방거리

공방거리

아름다운 행궁길

행궁길

행궁길

화성행궁 입구 왼편 주차장이 있는 곳에서 그 거리가 시작되는데, 가장 먼저 노천극장 앞에 수원화성 벽화가 눈에 띈다. 입체 페인팅으로 된 수원화성이 건물 외벽에 커다랗게 그려져 있어 행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팔창주차장 앞에는 줄타기를 하고 있는 벽화가 그려져 있어 실제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단순히 가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벽화와 함께 공예품 및 구조물들이 눈길을 끌고 있어 일상을 벗어나는 낯선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건물에는 '아름다운 행궁길 갤러리'가 있어 상시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제 굳이 서울로 가지 않아도 언제든지 미술품을 감상할 수가 있는 것이다.

행궁길

행궁길

바로 이어 특이하게 마루를 갖춘 찻집이 보이고, 예쁜 공예품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는 공예품가게도 눈에 띈다. 그런데 그곳은 단순히 수공예품 판매만 하지 않고, 가게 주인이 직접 수강생을 모아 공예품 만드는 법을 함께 배우기도 한다.

이뿐이 아니다. 천연염색한 옷들이 아기자기하게 진열된 공방도 있고, 꽃을 눌러서 평면적으로 건조시키고 보관하는 예술 '꽃누르미(압화)'를 통해 다양한 꽃 공예가 전시되어 있는 공방도 있다. 또한 자연친화적이며 동양적인 아름다움이 엿보이는 한지공방도 눈에 띈다. 모두다 전통 민속을 소재로 한 공방으로서 화성행궁이 바라다 보이는 이 공간이야말로 전통이 재해석된 곳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행궁길

행궁길

그리고 조금만 행궁거리를 걷다보면 공방 앞마당 아기자기한 정원이 보이는 곳이 있다. 목재와 식물이 주류를 이루는 이 정원의 주인장은 서각을 전공하는 공예가 박영환 씨로 '나무아저씨'라는 공방 이름처럼 나무를 매일 깎고 있다고 한다. 특히 그는 행궁거리가 조성되기 전부터 자리를 잡고 이 거리가 활성화되도록 많은 애정과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또 전통차 문화교육으로 시작한 공간이 정식 찻집으로 변모한 산방이 있는가하면, 칠보와 매듭 전문가가 직접 국수를 말아 판매하는 사랑방과 같은 곳이 있고, 한국의 전통 떡과 카페를 접목시킨 곳도 있다.
말 그대로 이곳은 우리가 살던 곳이 아니다!

힐링의 거리, 문화의 거리

이처럼 행궁거리의 전통적 소재가 주는 소박함과 민족 고유의 아름다움은 일상의 번잡함과 분주함에서 잠시나마 떠날 수 있게 해준다.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언제나 여유와 여행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문화의 거리

문화의 거리

그래서 우리는 멀리 가지 못하지만, 나름의 재충전 방법을 고심하고 찾으려 한다. 그럴 때 수원의 공방거리가 어떨까. 서울의 유명한 거리처럼 번잡하지도 않으며, 화성행궁 및 수원 화성과 함께 있는 곳이기에 동시에 관광도 가능하다.

전통에서 전통으로 자연스럽게 성곽을 따라, 길을 따라 연결되는 공방거리. 작은 일탈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향긋한 차 한 잔의 여유로움과 공예품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 우리의 지친 삶을 힐링(healing)해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수원문화원 - 수원을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