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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재능기부] 아침 _ 하상만
<아침>
고향에 돌아와
아침을 먹는다
아침을 적게 먹는 것은
내 오래된 습관
투정을 부리자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많이 담아야 밥은
빨리 식지 않는다고
어머니는 알고
나는 모르는 사랑이
아직 있다
하상만 | 수원 문학인
2020 하반기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재능기부) -
[제16회 재능기부] 모기 _성향숙
<모기>
가벼운 소리가 날아다닌다
소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
좀체 찾을 수도 없다
그러나 날기 위해 내는 가녀린 몸짓이
자기 목숨을 담보로 한다
우주 안 어떤 재물로도 대신하지
못할 생명, 하루 분의 삶을 위해
자기의 전부를 던져 싸우는 본능적 몸부림
한 방울의 피도 보시(布施) 못하고
집요하게 쫓는 소견머리를 비웃듯
날갯짓이 빠르다
안절부절 안주하지 못하는 나약한 소리
소리 속에 빼곡 고여 있는 붉은 피
성향숙 | 수원 문학인
2020 하반기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재능기부) -
[제16회 재능기부] 화령전 아멜리에 _ 서정화
<화령전 아멜리에>
후루룩 파스타 같은 소나기가 차게 내린 오후
뜰 앞에 작약이 지며 접시가 깨지는 소리가 나는 수박향 빨간 바퀴에 은빛 날개 달고
빛나는 바람을 휘감아 햇살들 집어 올린다
서정화 | 수원 문학인
2020 하반기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재능기부) -
[제16회 재능기부] 희망의 불씨 _ 신용식
<희망의 불씨>
어둠의 그림자에 짓눌려도
찌그러진 주전자처럼 주저앉아도
가슴 깊숙한 곳에 숨어 버린 듯해도
코끼리의 몸통에 눌려버린 듯해도
절망 속에서 고개를 숙여 버린 희망은
스스로 일어서야 하는 이유를 찾고 있다
그래, 가자
세월의 시간이 허무하게 주저앉을 때
함께 꺼져 버린 듯한 희망의 불씨
다시 힘주어 내딛는 발걸음 위로
꿈을 키워 새로운 불
다시 지피러 가자
신용식 | 수원 문학인
2020 하반기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재능기부) -
[제16회 재능기부] 잡초 _ 한희숙
<잡초>
보도블록 사이에서 파랗게 웃고 있다
삶의 무게처럼 엄청 무거웠을 텐데
용케도 견디다 파랗게 웃고 있다
셀 수도 없이 짓밟혔을 텐데도
조용히 엎드려 있다 파랗게 웃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제 몫을 너그럽게
보도블록에게 빌려 주고 파랗게 웃고 있다
남들은 보도블록이 주인인 줄 알겠다
미처 야무진 네 이름 몰라
잡초라 불러도
여전히 파랗게 웃고 있다
한희숙 | 수원 문학인
2020 하반기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재능기부) -
[제16회 재능기부] 기억의 외출 _ 정정임
<기억의 외출>
깜빡 깜빡
가물 가물
기억이 길을 걷는다
가스불은 켰는지 껐는지
밥은 먹었는지 안먹었는지
빨간신호등 앞에 선 기억
무작정 길을 떠난다
걷고 또 걷고
하루종일 걸어도 제자리 걸음
노선없는 초행길에 흐르는 까만 시간
퉁퉁부은 발자국마다 새겨놓은 선홍빛 글씨
외.출.금.지.
정정임 | 수원 문학인
2020 하반기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재능기부) -
[제16회 재능기부] 불꽃 혼 나혜석 6 _ 이순옥
<불꽃 혼 나혜석 6>
가장 절박한 순간에
가장 위대한 꿈을 꿨다
차가운 철창에 갇혀도
힘든 줄도 모르고
높이 높이 노래를 불렀다
삼일 독립만세
함성을 찌르듯 자유를 갈망했다
내 놓아라 내 놓아라
우리의 것들 우리의 목숨
풀어 주어라 놓아주어라
이순옥 | 수원 문학인
2020 하반기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재능기부) -
[제16회 재능기부] 정류장 _ 신종승
<정류장>
곤두선 촉각으로 널 기다리고
활짝 핀 반가움으로 널 만나고
못다 한 아쉬움으로 널 보내던
정류장
지금은
오르내리는 승객들 발소리에
혹여 너인가
혹여 너인가
나도 깜짝깜짝 놀라는
그리움의 정류장
내 곁에 앉은 듯 눈에 밟히는 너
오늘도 부디 안녕
신종승 | 수원 문학인
2020 하반기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재능기부) -
[제16회 재능기부] 도시의 삶 _ 김순천
<도시의 삶>
미로에 갇혀 그물 짜인 길을
동그라미 치는 일상
길은 많건만 가다보면
다시 또 그 길로 달음질치는 하루
다른 가슴으로 허허실실
함께 걷는 가면 쓴 얼굴에
나른해 지는 마음은
회색의 벽에 부딪쳐
긴장으로 멍들어 가도
눈 감은 태양은
시네마스코프 필름처럼 돌고만 있다
김순천 | 수원 문학인
2020 하반기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재능기부) -
[제16회 재능기부] 소나기 _ 강심원
<소나기>
톡, 토옥
떨어지는 빗방울
펄쩍
수원청개구리도 놀라
서호저수지로 뛰어든다.
톡, 톡, 토-옥
넓은 호수 물결 위에서
도 시 라 솔 파 미 레 도
빗방울이 피아노 친다.
빗방울 소리 리듬에 맞춰
우산 없는 사람들은 쏜살같이 뛰고
우산 든 사람들은 종종걸음 걷는다.
강심원 | 수원 문학인
2020 하반기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재능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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