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특례시

꽃밭

- 김승현


삼월의 초입
악몽에 콜록이던 잠자리 두고
세상으로 나온 하루

사운대는 햇살에 취해
비틀비틀 돌길 따라 걷다가
새 시작의 설렘에 두근대는
파릇한 새순들 본다

오동통 종달새 찌르르 우는소리
옥빛 시냇물 졸졸 흐르는 소리
엄마 품 안겨 징징 칭얼대는 소리

쫑긋 귀 세워 들으니
세상은 온통 꽃밭이더라


2023년 상반기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일반부 최우수)
: 소중한 나의 하루

이제 우리가 꽃 필 차례야

- 오명화


퍼즐 조각처럼
마스크 대신 입 조각,
코 끝 조각 맞추었더니
활짝 피어나는 친구들의 얼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숨바꼭질하듯 너와 나, 우리
어둠이 아닌 밝은 빛으로
하얀 이가 드러나도록
해맑게 웃어 줄 거야

꽃들이 인사하면
흐드러지는 꽃처럼
마음 한 아름
이제 우리가 꽃 필 차례야


2023년 상반기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일반부 우수)
: 소중한 나의 하루

다정다감

- 이정숙

옆집에서미나리 전향내 풍기며
안부를 묻는다

우리 집강아지도신경 쓰는
세심함이 반갑다

나도 한번인심 써보려
프리지어 꽃한 다발내민다

코로나로 잃었던 미각
침샘을 자극하는미나리 향내

이제야사람 내음이난다
골목마다 웃음꽃이 피었다


2023년 상반기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일반부 우수)
: 소중한 나의 하루

긴 겨울 끝, 봄

- 이난희

긴 겨울 끝, 봄이 되니
온 들판이 각종 꽃들로 벅적거린다
노랑꽃, 분홍꽃, 보라꽃..

시린 겨울 동안 준비한
갖은 내음들을 가슴에 품고
수줍게 봉오리 지다 피어난다

바람에 흔들린다
햇살 받아 반짝거려 본다
향긋한 꽃 내음을 흘리다가
지나가던 어느 청춘에게 인사한다

안녕, 봄이야


2023년 상반기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일반부 우수)
: 소중한 나의 하루

너의 미소

- 이소윤

다가오는 네 얼굴이 새삼 반갑다

맞다, 늘 마주하던 너의 눈 아래
꽃처럼 피어나는 입매가 있었지?

간지러운 나의 마음 아는 건지
고운 이를 보이는 너의 맑은 미소에

얼굴에 닿는 바람 아직 매운데도
마음엔 연둣빛 봄이 내렸다


2023년 상반기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일반부 우수)
: 소중한 나의 하루

봄,봄,봄

- 임지운


아름드리 꽃내음
시끌벅적 거리를
우린 기억하네

봄이 두 번 지나도록
한껏 그리워했네

언젠간

미약한 줄기 붙잡으며
수없이 들이켰던 숨결

한참을 찾았던
세 번째 봄은

마침내

조금은 시끄럽고
좀 더 향긋하게
우리에게 돌아오네


2023년 상반기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일반부 우수)
: 소중한 나의 하루

그런 날

- 최서현


살짝궁 스친 옷깃이
가득히 온기를 묻혀온
그런 날

겨우내 움츠린 꽃들이
어엿이 색채를 뽐내는
그런 날

빗방울 가리던 우산이
너른 세상을 보이는
그런 날

그런 소중한 날들을
먹먹히 그리고 있던 날
묵묵히 지켜봐 주던 널,

그저 그런 내가
흐놀던 날보다 더 간절히
품에 그려왔다.

그리고 지금,
바로 지금,

그런 날의 너와 나


2023년 상반기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일반부 우수)
: 소중한 나의 하루

얼마나 좋은지

- 이순애


너와 마주한 이 차 한 잔이
너와 손 맞잡고 걷는 이 길이
얼마나 좋은지

마스크 너머로 가려졌던
내 볼에 와닿는 살랑살랑 바람이
내 코에 와닿는 초록 초록 봄 내음이
얼마나 좋은지

코로나 전
당연했던 일상들이
얼마나 좋은지


2023년 상반기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일반부 우수)
: 소중한 나의 하루

골목길

- 주이돈


별렀던 동네 나들이길
묵은 담벼락 그림들과
비뚤어진 글자들이
발자국들 한참씩 붙잡는다

꽃향기 묻어오는 봄날 오면
지난 세월 모두 바람결에 여미고
덩굴들은 힘차게 뻗어 오른다
복받친 기쁨 안고 오는 골목길

길 끝 어디쯤에서 오래 못 본
친구들 불쑥 나타나면
얼마나 좋을까


2023년 상반기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일반부 우수)
: 소중한 나의 하루

출근

- 이한욱


새벽 어스름 채 가시지 않은 시간
다 큰 자식 배웅하러 나온
늙은 아버지 얼굴

떼지도 않은 걸음 무거워
주저앉아 구두 신는 아들에게
주름진 손으로 쥐여 주는 봉지 하나

마주친 눈 쑥스러워
서둘러 문 나서며 열어본 안엔
더운 김 나는 달걀 두 알

자식 허기짐이 세상 무엇보다
염려인 사람 덕분에
오늘도 햇살 한 줌 마음에 내린다


2023년 상반기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일반부 우수)
: 소중한 나의 하루